- 작가가 사랑한 도시 05
- 기 드 모파상, 시칠리아의 아름다움에 매혹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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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 모파상 지음
어순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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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 2010-07-10
쪽수 : 93
ISBN : 978-89-7682-114-0
창조자들의 지병, 우울증. 19세기 문단의 총아 모파상은 마음의 병이 심해질 때마다 자연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찾아 유럽 곳곳을 여행한다. 이탈리아 본토와는 색다른 분위기를 간직한 시칠리아에 도달한 그가 마주한 것은…. 고대 그리스 신전부터 노르만 왕조의 고딕식 성당, 산속의 산적 요새와 화산섬 특유의 용암 풍광 등 세월 속에서 자연과 예술이 하나 된 곳, 유럽인들이 잃어버린 지고의 아름다움을 만난다.
위험을 무릅쓰고 본 아름다움에 대하여
“프랑스 사람들은 시칠리아를 여행하기 어렵고 힘들며 위험하기조차 한 섬으로 알고 있다. 가끔 대단한 모험가로 알려진 여행자가 팔레르모(시칠리아의 주도)까지 여행하고 돌아와서는 ‘그곳은 매우 흥미로운 도시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게 전부다. 팔레르모와 시칠리아가 대체 뭐가 재미있다는 것인가? 우리 고향 사람들은 그것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모파상의 시칠리아』, 11쪽
가본 적이 없는 여행지를 상상할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더불어 다녀온 사람들이 그곳은 “여행하기 어렵고 힘들며 위험하기조차” 한 곳이라고 말한다면 그곳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항공티켓을 끊어놓은 다음이라면 환불받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 수도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상상들 한켠에는 그곳이 대체 어떤 곳이길래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 하는 걸까하는 호기심도 자라고 있습니다. 경치도 좋고, 날씨도 좋은 곳이라면 그런 호기심은 점점 더 커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관점에서 시칠리아는 여행자들을 끌어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칠리아의 자연적 미와 예술적 미가 주목받을 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탈리아의 곡창이라고 불리는 이 땅이 얼마나 비옥하고 활기찬지 알고 있다.”
-『모파상의 시칠리아』, 12쪽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완벽한’ 여행지란 없는 법입니다. 차라리 무수한 단점들을 가려버리는 빛나는 두어가지 장점만을 가진 여행지가 훨씬 더 많죠. 시칠리아가 바로 그런 곳이었나 봅니다. 지중해의 날씨가 빚어낸 자연적인 미와 인접한 이탈리아, 그리스의 예술적 기운이 만들어낸 예술적 미가 교차하는 곳이었던 것이죠. 모파상이 흥미를 느낀 것도 바로 이런 점입니다. 어린 시절을 한적한 교외에서 보낸 모파상은 파리 생활 중에도 늘 자연적 환경을 그리워했죠. 그런 그가 시칠리아에 관심을 가진 것은 참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이곳은, 스페인이 그러하듯이, 오렌지나무의 고장으로 봄에는 그 꽃향기만 가득한 곳이다. 그리고 매일 밤 바다에서, 유럽에서 가장 큰 화산인 에트나 산이 거대한 불꽃을 피워올리는 섬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꼭 보아야 할, 세상에서 유일한 땅인 이유로 섬 전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상하고 신성한 하나의 박물관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모파상의 시칠리아』, 12쪽
이것이 아마도 모파상이 매료된 시칠리아의 ‘자연적 미’였던 것 같습니다. 봄에는 꽃향기에 휩싸이는 꽃들의 섬, 밤이면 화산이 불꽃을 피워올리는 섬, 로마시대부터 이어져온 온갖 문화유산들이 일상에 스며들어와 있는 곳이죠. 자연적 미와 문화적인 미가 하나로 어우러져 있는 그 광경은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마음을 평화롭게 만듭니다.
“물론 이 시칠리아는 무엇보다도 신의 땅이다. 시칠리아에서 헤라, 제우스, 헤르메스, 혹은 헤라클레스 등 신들이 거주한 마지막 장소들을 발견하며, 또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최상의 기독교 성당들을 그곳에서 다시 만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체팔루나 몬레알레의 대성당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아직 남아 있는, 독특한 경이로움을 주는 팔라티노 성당의 추억은 그리스 유적들에 대한 어떤 기억보다 아직도 더 생생하다.”
-『모파상의 시칠리아』, 48쪽
더불어 그리스 신들의 흔적이 세겨진 건축물들, 기독교 성당들까지 인간의 노력이 만들어낸 위대한 건축물들도 기억에 깊게 각인됩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교차점이라는 시칠리아 특유의 장소성도 이 특이함에 한 몫하는 요소겠죠. 위험을 경고하는 소문들, 여행의 어려움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들을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의 아름다움. 모파상이 반해버린 시칠리아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