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가 사랑한 도시 02
- 알렉상드르 뒤마, 볼가 강의 유목민족과 마주치다
-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김경란 옮김
-
출간일 : 2010-07-10
쪽수 : 133
ISBN : 978-89-7682-111-9
1858년 10월, 프랑스의 대문호 알렉상드르 뒤마가 투메인 왕의 초대로 볼가 강 연안 칼미크족의 영토를 방문한다. 까다로운 와인 감식가이자 캐비어․기러기 간․말고기까지 거리낌 없이 맛보는 미식가, 당대 최고의 여행가 뒤마는 칭기즈칸의 후예인 칼미크족의 유목 생활과 음식, 결혼 풍습 그리고 방년 20세의 아름다운 왕비와 관대한 국왕이 벌인 진수성찬까지, 말 그대로 여행문학의 향연을 펼쳐놓는다.
‘여행자’는 어딘가에서 온 사람, 그리고 그곳에서 사는 사람
스트루베 씨는 자신의 프랑스 요리사의 힘을 빌려 우리에게 훌륭한 정찬을 즉석으로 차려 주었을 뿐 아니라, 열두어 명의 회식자들을 모으는 수완도 발휘했는데, 일단 방문만 닫게 되면, 이들은 우리가 프랑스에서 1천 리유나 떨어진 곳에 와 있다는 생각에 빠져들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우리의 문명, 우리의 문학, 우리의 예술, 우리의 유행이 얼마나 큰 정신적 영향력을 세계의 나머지 지역에게 행사하고 있는지, 도무지 믿을 수 없다. 의복, 소설, 공연예술, 음악, 여자들의 스타일로 말하자면, 이들은 프랑스보다 겨우 여섯 주 소식이 늦을 뿐이었다. 우리는 시, 소설, 오페라, 마이어베어, 위고, 발자크, 알프레드 드 뮈세에 대해, 예술가들의 아틀리에라고 꼭 집어 말하지는 않겠지만, 마치 파리의 루르나 쇼세당탱 구역의 한 살롱에서 수다 떨 듯이 이야기하였다.
(『뒤마의 볼가강』, 27쪽)
지금도 그렇지만 19세기의 파리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유행이 시작되고, 문학, 미술, 시 등 예술과 관련해서 온갖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예술의 도시였습니다. 그런 파리에서 온 뒤마가 볼가 강 여행에서 가장 놀란 점은 프랑스와 거의 시차를 두지 않고 온갖 소식과 유행이 도착한다는 점이었죠. 여행자 뒤마에게 이러한 풍경은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만나는 체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이란 사실 그런 것이죠. 익숙하게 마주보고 있는 일상을 떠나 그 일상 자체를 낯설게 보는 체험인 것이죠. 그런 점에서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행자는 늘 익숙한 어딘가로부터 떠나온 사람인 것 같습니다.
종족적 본능을 타고난 칼미크인은 유목민이 되는 것이 가장 큰 야심인데 — 칼미크인이 유목민이 되려면 낙타 네 마리를 소유할 수준이 되어야 한다. 천막을 걷고 천막에 들어갈 많은 살림도구들을 싣기 위해서는 낙타가 네 마리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 치는 모든 민족들과 마찬가지로 칼미크인들은 가장 소박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양젖이 그들의 주식이다! 겨우 빵이 뭔지를 알았을 뿐이다. 그들의 음료는 차이고 암말 젖으로 만는 화주는 사치다. 나침반도 없이, 천문학의 지식도 없이 그들은 거대한 고독 속에서도 경탄스럽게 자기 방향을 찾아낸다. 그리고 먼 곳까지 바라보는 눈을 가진 대평원에 사는 모든 종족들처럼, 놀랄 만큼 떨어진 거리에서 해가 진 뒤에도 지평선의 기수 하나를 알아볼 수 있고, 그가 말을 탔는지 낙타를 탔는지 식별할 수 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창을 가졌는지 총을 찼는지까지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뒤마의 볼가강』, 75 ~ 76쪽)
하지만 동시에 그는 늘 어딘가에 ‘사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뒤마는 칼미크 유목민들이 누리는 멋진 자유들, 소박한 살림, 지평선 근처의 사물까지 식별할 수 있는 능력들까지, 익숙한 곳에서만 살아온 어떤 여행자에겐 전혀 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는 것을 봅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들의 모습에 경탄하고 감탄하면서 어느새 그들의 삶 속으로 섞여 들어갑니다. 가슴을 열어 숨쉬고, 모든 것을 즐기며, 잃어버린 능력들을 새롭게 창조하는 여행자가 된 것이죠. 뒤마가 칼미크인들과 만나 펼치는 여행의 향연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